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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Rubinite 리뷰

<Rubinite>

  보스 러시는 쉽게 만들어지기 어려운 장르입니다. 개별 보스마다 패턴과 연출, 전투 흐름을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반면, 플레이어가 체감하는 전체 플레이타임은 짧아지기 쉽습니다. 충분한 콘텐츠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제작 비용에 비해 볼륨을 확보하기 어렵고, 전투 몇 개의 완성도가 게임 전체의 평가를 좌우한다는 부담도 크죠.

  그래서인지 순수한 보스 러시 게임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Rubinite>는 반가운 작품입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자신이 어떤 전투를 보여주고 싶은지 분명히 알고 있으며, 그 방향을 대부분의 보스전에서 일관되게 유지합니다.


명확한 문법의 전투

집중 시스템을 이용한 패링을 주 전투 수단으로 이용합니다.

  보스 러시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어떤 방식으로 적과 싸워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울라이크와 같은 액션 RPG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RPG적인 성장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죠. 원거리에서 안정적으로 피해를 누적할 수도 있고, 패링이나 긴 선딜레이를 가진 공격을 활용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빠르게 전투를 끝낼 수도 있습니다. 무기와 능력치, 장비 선택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과정 자체가 게임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반면 보스 러시는 반드시 같은 정도의 자유도를 제공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게임이 하나의 명확한 전투 문법을 정하고, 보스들이 그 문법을 얼마나 다양하게 변주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Titan Souls>는 모든 보스가 약점을 화살 한 발로 맞히면 쓰러진다는 단순한 규칙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Furi> 역시 탄막을 회피하는 구간과 근접 패링을 요구하는 구간을 선명하게 구분하며 자신의 전투 방식을 구현하죠.

  <Rubinite>에서는 집중 시스템을 이용한 패링으로 그 역할을 담당합니다. 단순히 공격을 피하며 빈틈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전투를 해결하기보다,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패링에 참여하도록 요구하죠. 회피만으로 안전하게 버티는 전략의 비중을 줄이고 패링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전투의 성격도 자연스럽게 선명해집니다.

  보스마다 외형과 패턴은 달라도 플레이어가 학습해야 할 기본 문법은 유지됩니다. 덕분에 새로운 보스를 만날 때마다이미 습득한 패링 감각을 새로운 패턴에 적용하게 됩니다. 이는 상당히 좋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 런백

  <Rubinite>에서 특히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보스에게 다시 도전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짧다는 점입니다. 일부 보스 러시 게임은 소울라이크나 메트로배니아의 구조를 차용하면서 보스에게 재도전하기 전 일정한 거리를 다시 이동하도록 만듭니다. 예를 들어, <Titan Souls>는 보스에 따라서 재도전을 위해 짧지 않은 거리를 이동해야 했습니다.

위에는 주인공, 아래에는 보스가 있습니다. 짧은 길이지만, 반복되면 싫죠.

  이런 런백은 보스전 자체가 핵심인 게임에서는 필요성이 크지 않습니다. 이미 지나간 길을 다시 걷는 동안 새로운 판단이나 숙련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패의 대가를 강조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반복 횟수가 많아질수록 전투의 흐름을 끊는 요소가 되기 쉽죠. <Rubinite>는 이 문제를 만들지 않습니다. 실패한 뒤 다시 전투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짧죠.

  특히 이 게임이 2회차에서 상당한 반복 플레이를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중요한 장점입니다. 같은 보스를 여러 차례 상대해야 하는 게임에서 재도전 과정까지 길었다면 피로감이 훨씬 크게 누적되었을 것입니다. 개발진 역시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의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연출

  연출 역시 전반적으로 깔끔합니다. 캐릭터 디자인은 귀엽고 간결하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상당히 직접적인 고어 표현도 사용합니다. 서로 쉽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요소를 적절히 배치하면서 <Rubinite> 특유의 다크 판타지 분위기를 만들어내죠. 게임의 규모를 고려하면 시각적인 완성도도 충분합니다. 과도하게 화려한 장면으로 시선을 끌기보다는 각 보스의 특징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연출을 사용하는 편에 가깝습니다. 

  다만 보스와 보스 사이의 대화나 진행에서는 간혹 호흡이 늘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보스 러시 특성상 전투만 연속해서 배치할 수는 없고, 세계와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완급 조절 역시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죠. 그럼에도 게임에서 가장 강한 부분이 전투인 만큼, 전투 밖의 구간이 길어질수록 상대적으로 템포가 느려진다는 인상이 남는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우러지지 않는 빌드 설계

  <Rubinite>에는 여러 부적과 강화 요소가 존재하지만, 보스마다 서로 다른 빌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예외가 ‘역병의 근원’입니다. 이 보스는 전투 구조상 기본 공격을 강화하거나 폭발 효과를 활용하는 빌드가 뚜렷하게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어떤 능력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공략 방식과 효율이 달라진다는 점을 플레이어가 쉽게 체감할 수 있죠.

유일하게 빌드의 덕을 보기 좋은 보스, '역병의 근원'

  하지만 다른 보스들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상대적으로 희미합니다. 특정 보스에게 강한 빌드와 약한 빌드가 나뉜다기보다, 게임 전체에서 안정적으로 좋은 선택과 그렇지 않은 선택이 구분된다는 인상에 가깝습니다. 결국 새로운 보스를 만났을 때 장비와 부적을 다시 검토하기보다는 이미 효과가 검증된 구성을 그대로 사용하는 편이 자연스러워집니다.

  각 보스의 개성 자체는 충분합니다. 문제는 그 개성이 플레이어의 빌드 선택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부적을 마련했다면, 특정 보스의 구조가 특정 효과를 자연스럽게 부각하는 식으로 양쪽 시스템을 조금 더 강하게 연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현재의 빌드 시스템이 전투를 방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보스 디자인이 뛰어난 만큼, 성장 및 장비 시스템까지 그 설계에 긴밀하게 연결되었다면 게임에 한 층 더 깊이를 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2회차 강요

  게임의 중간에는 가짜 엔딩이 존재하며, 결국 진엔딩을 보려면 기존 보스들을 다시 상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노히트라는 조건이 추가되죠. 단순히 체력이나 공격력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더 높은 숙련도를 요구한다는 점에서는 자연스러운 전개일지 모릅니다. 이미 한 차례 학습한 패턴을 완벽하게 수행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첫 플레이와는 다른 긴장감도 만들어내죠.

  게임 역시 반복감을 줄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두었습니다. 새로운 보스와 패턴이 등장하고, 미라를 비롯한 새로운 요소가 중간중간 배치되면서 완전히 동일한 진행이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반복된다는 인상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합니다. 결국 플레이어는 이미 쓰러뜨렸던 보스들을 상당수 다시 상대해야 합니다. 노히트라는 새로운 조건이 붙더라도 기본적인 패턴과 전투 흐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를 경험한다기보다 기존 콘텐츠의 숙련도를 검증받는다는 성격이 강합니다.

  이는 보스 러시라는 장르가 가진 제작상의 어려움과도 연결됩니다. 새로운 보스 하나를 추가하는 데에는 상당한 제작 비용이 들어가지만, 완성된 보스를 플레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비교적 짧습니다. <Rubinite>의 2회차는 이미 만들어진 보스를 새로운 조건으로 재활용하면서 플레이타임과 도전 요소를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경제적인 설계라는 점에서는 영리하다고 볼 수 있겠군요. 새로운 패턴과 콘텐츠를 섞어 반복감을 완화하려는 노력도 충분히 보입니다. 다만 플레이어의 경험이라는 관점에서는 결국 같은 전투를 다시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남습니다. 잘 구성된 반복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를 장점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직관적이지 않은 피격 범위

  플레이하면서 가장 분명하게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은 피격 판정이었습니다. 일부 보스의 공격은 화면에서 보이는 움직임과 실제 공격 판정 사이에 괴리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죠. 예를 들어 팔을 수직으로 내려찍는 공격에서, 실제로 내려찍힌 지점뿐 아니라 공격 과정에서 움직이고 있는 팔과 캐릭터가 겹치는 것만으로 피해를 받는 식이죠.

수직으로 내리꽂기 위해 들어올린 팔에 겹치기만 해도 피해를 입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패링 시스템은 반복해서 패턴을 학습하고 정해진 타이밍에 입력한다는 점에서 리듬 게임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격의 타이밍을 충분히 익힌 뒤에는 시각적인 판정을 세밀하게 확인하지 않고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숙련 이후에는 문제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러나 판정이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분명 문제입니다. 특히 노히트를 요구하는 게임에서는 공격의 시각적 표현과 실제 판정이 최대한 일치해야 합니다. 플레이어가 실패했을 때 자신의 입력 타이밍이 문제였는지 즉시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연출의 자연스러움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공격 범위를 좀 더 일관되게 표시하는 편이 나았을 수 있습니다. 위험 범위를 명확한 효과나 통일된 색상으로 표현하는 식입니다. 액션 게임, 특히 정밀한 패링과 노히트를 요구하는 게임에서는 시각적인 완성도보다 판정의 가독성과 일관성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가뭄에 단비가 내리네요!

  <Furi>나 <Cuphead> 이후 다시 인상적인 보스 러시 게임을 만났다는 느낌이 강하군요. <Rubinite>는 거대한 게임은 아닙니다. 콘텐츠의 양을 중요하게 평가한다면 가격에 비해 플레이타임이 짧다고 느낄 수도 있죠. 하지만 보스 하나하나의 설계와 연출에 들어간 밀도를 고려하면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구성입니다. 보스 러시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Rubinite>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참고로, 조작 방식에서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금 더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컨트롤러로 플레이했지만, 패링 타이밍이 상당히 촘촘한 상황에서 세 종류의 패링 입력을 엄지손가락 하나로 빠르게 오가는 것이 다소 불편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칼끝의 찰나, 손끝에는 전율이. 6/10점.

*필자의 플레이 시간: 10.4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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