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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Void Stranger(보이드 스트레인저) 리뷰

<Void Stranger>

 소코반을 기반으로 한 게임들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게임들은 여전히 각자의 방식으로 개성을 증명합니다. <Void Stranger> 역시 그렇습니다. 'Void Rod'를 기반으로 한 훌륭한 퍼즐들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스토리와 방대한 지식 기반 게임 요소를 조화롭게 담아내어 더욱 빛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겠네요.  <Void Stranger>는 분명 불편한 게임입니다. 단순히 어렵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반복, 기록, 시행착오, 불친절한 해석을 상당히 많이 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는 게임의 개성을 강화하는 요소가 될 수 있지만, 때로는 훌륭한 퍼즐과 서사를 덜 빛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비유와 상징만 고봉밥일 뿐

인위적인 구멍 안에는 무엇이 있나요?

  주인공 Gray는 인위적으로 깎인 듯한 각진 구멍 속으로 몸을 던집니다. 이후 깊은 공간을 내려가며 여러 장면과 마주합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나무에서 휴식을 취하면 게임이 종료되고, 다시 실행했을 때 Gray의 과거와 관련된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이는 <Void Stranger>가 서사를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퍼즐 게임에서 서사를 풀어나가는 것은 꽤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게임은 퍼즐과 서사를 분리된 트랙처럼 다루곤 하죠. <Void Stranger>는 게임의 구조, 반복, 메타적 장치 안에 이야기를 녹이려 합니다. 게임과 아주 잘 어울리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직관적일 필요도 있는 법입니다. 몇몇 플레이어들은 중요한 정보들을 놓치고 게임의 경험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휴식입니다. 휴식을 하지 않아도 당장 진행이 막히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를 지나치면 Gray의 배경과 후반 서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장면을 놓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선택지는 필요한가요? 메타적 의도는 분명하나, 선택지로 제시되는 순간 플레이어를 오해시킬 수 있습니다. 


실패를 다루는 거친 방법들

  <Void Stranger>에는 소코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되돌리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번의 실수는 쉽게 돌이킬 수 없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게임을 강제종료해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잦습니다. 이는 선택의 무게를 강조하고, 플레이어가 더 신중하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회차와 후반부까지 고려하면, 이 엄격함은 상당한 피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게임이 강제종료 반복을 정식 해결법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숨겨진 지식과 아이템을 발견하면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고, 게임 역시 그런 방향으로 플레이어를 유도하려 합니다. 문제는 그 유도가 항상 부드럽게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공허 재판

  <Void Stranger>는 비정상적인 강제종료가 많이 이루어질 시, 플레이어는 어려운 상태로 억지로 게임을 깨고있다고 판단하여, 이후 게임 시작 시점에 '공허 재판'이라는 이름의 시퀀스를 삽입합니다. 이는 흥미로운 장치입니다. 플레이어에게 하여금 이러한 행위가 비정상적인 플레이임을 인지하게 하고, 감춰진 지식을 찾도록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행위가 무죄인지 혹은 유죄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유죄를 선택하면 꽤 큰 페널티와 함께 게임의 진행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따라서 유죄를 선택할 이유가 크지 않고, 최초 호기심에 유죄를 선택한 플레이어만 골탕을 먹습니다. 이는 의미 있는 선택인가요? 그냥 단순한 함정인가요?

보스전 중 한 장면

  되돌리기가 없다는 특징도 비슷합니다. 1회차의 방식이나 보스전을 고려하면, 되돌리기가 없는 것은 꽤 자연스러운 선택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게임의 후반부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미 해결한 퍼즐을 다시 풀고 있는 상황에서까지 실수를 복구해야 한다면, 그것은 피로에 가깝습니다. 적어도 특정 시점 이후에는 아이템 형태로 되돌리기, 혹은 재시작 기능을 제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고된 다회차

  <Void Stranger>는 지하 1층부터 255층까지의 여정을 다룹니다. 진엔딩을 보기 위해서 다회차를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따라서 같은 퍼즐 역시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되죠.

  반복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알지 못했던 의미를 이해하고, 지나쳤던 단서를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은 지식 기반 게임의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이는 꽤 지루한 부분이므로, 이를 적절히 건너뛸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게임 내 재화를 지름길 정보와 교환해주는 Mon

  <Void Stranger>는 이를 의식한 듯 여러 지름길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배려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인터페이스 기믹을 이용한 층 이동은 조건이 까다롭고, 원하는 구간을 자유롭게 건너뛰기 어렵습니다. Mon이 알려주는 지름길도 마찬가지죠. 반복을 줄이기 위한 정보인데, 정작 그 정보를 얻기 위해 다시 긴 등반을 반복해야 합니다. 겨우 20~30개 층을 줄이기 위해 그보다 더 많은 층을 다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게다가 지름길들이 일관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지름길을 이용한다면 다른 지름길을 이용할 수 없기도 하고, 지름길 사이의 구간도 꽤 들쭉날쭉 합니다. 결국 플레이어는 같은 퍼즐들을 계속해서 다시 풀어야 하는 구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다회차를 게임의 핵심 구조로 삼았다면, 반복을 줄여주는 장치 역시 그만큼 강력하고 명확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지름길의 설계 문제

  다회차를 위한 지름길들 역시 문제가 많은데요. 인터페이스 기믹을 이용한 층 이동은 사용이 제한적인 측면이 있고, 'Mon'으로부터 알 수 있는 지름길들은 그것을 해금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반복적인 다회차를 요구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겨우 20~30개 층을 스킵하는 지름길을 하나 알기 위해서는, 꽤 많은 층을 반복적으로 등반해야 합니다.

  심지어 각 지름길은 편리하고 일관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게 아닙니다. 어떤 지름길을 이용하면 다른 지름길을 이용할 수 없게 되기도 하죠. 서로 다른 지름길 사이의 구간이 꽤 길기도 해서 여전히 같은 퍼즐들을 계속해서 풀어야 하는 구간이 많기도 합니다.


현대 게임에서 기록 부담은 독

  <Void Stranger>는 플레이어가 무언가를 일일히 기록하는 것을 강요합니다. 지름길의 위치, 브레인의 낙인, 여러 층에 흩어진 시각 단서들을 기억하거나 따로 적어두어야 합니다. 어떤 퍼즐들은 여러 장면에 나뉘어 있는 단서들을 직접 기록하고, 이를 조각 그림처럼 맞춰보아야 합니다.

  이런 방식은 분명 매력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깊고 심오한 퍼즐을 좋아하는 플레이어에게는 강력한 성취감을 줍니다. 게임 밖의 메모장에 단서가 쌓이고, 그 단서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구조로 맞물릴 때의 쾌감은 깊은 퍼즐 게임의 전유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요구량이 너무 많습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모든 층의 단서를 세세하게 기록하고, 수십 시간 전의 정보를 후반부에서 다시 떠올릴 정도의 인내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수십 시간 전에 본 단서를 후반부에서 다시 요구한다면, 게임은 그 문맥을 다시 상기시켜줄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Outer Wilds>의 항해 일지 시스템

  이 점에서 <Outer Wilds>는 좋은 비교 대상입니다. <Outer Wilds> 역시 지식 기반 진행을 핵심으로 삼지만, 플레이어가 발견한 정보를 게임 안에서 정리하고 연결해줍니다. 플레이어는 외부 공략에 의존하지도 않으며, 게임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Void Stranger>는 이런 부담을 상당 부분 플레이어에게 떠넘깁니다. 고전 게임의 시대였다면 먹혔을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대 플레이어들은 그만큼의 인내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언제든지 인터넷에서 공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게임이 너무 많은 정보를 외부 기록에 의존하게 만들면, 많은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모든 요소들을 직접 추론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지식 퍼즐의 성취감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훌륭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겠군요.

  부정적인 말뿐이었지만, 여전히 훌륭한 게임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퍼즐은 정교하고, 보이드 로드를 활용한 발상은 끝까지 매력적입니다. 음악은 환상적이며, 세계와 인물들도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다만 그 특별함은 상당한 불편함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반복은 길고, 실패 복구는 거칠며, 지식 퍼즐은 많은 외부 기록을 요구합니다. 이 불편함을 게임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Void Stranger>는 잊기 어려운 작품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훌륭한 옥석을 덜 빛나게 했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소코반을 좋아하고, 아주 깊은 지식 기반 게임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시작해도 좋습니다. <Void Stranger>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명산도 계속 보면 질리지 않겠어요. 6/10점.

*필자의 플레이 시간: 22.3 시간 (DIS 루트 0층 시퀀스만 위키 및 영상으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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