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리뷰] Ori and the Will of the Wisps (오리와 도깨비불) 리뷰
2020.3.15. 게시글 옮김
<Ori and the Will of the Wisps> |
왜 '정령의 의지'가 아닌 '도깨비불'일까?
<Ori and the Will of the Wisps>는 직역하면 '오리와 정령의 의지'가 맞다. 하지만 Will-o'-the-wisp이라는 관용적인 표현이 있기에 그렇다. Will-o'-the-wisp은 도깨비불이다. 도깨비불은 그 자체로 꿈같은 소망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령의 의지'라는 단어와 함께 게임에서 중의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제작자의 의도라고 보면 되겠다.
번역을 이야기하니, <Ori and the Will of the Wisps>의 번역은 영 시원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봤을 때는 번역의 퀄리티는 준수하다. 다만 그런 평가를 받는 이유에는, 글씨체와 크기가 심미적으로 좋지 않다는 점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또, 글이 잘리거나 겹쳐지는 부분이 몇몇 보인다. 다시 한번 굴림체의 위력을 체감한다. 몰입을 완전히 방해할 정도는 아니니 아쉬운 점으로만 남겨둔다. 이후 좋은 퀄리티의 비공식 번역이 필요할 듯싶다.
심미적으로 떨어지는 글씨체 |
3D 플랫포머의 한계를 완벽히 돌파했다.
3D 플랫포머의 단점이라면 역시 불분명한 플랫폼이다. 2D는 '벽'과 '땅' 두 가지뿐이니 플레이어들이 구분하기 편하지만, 3D는 그렇지 않다. '벽'의 부분에도 배경이 있고, 심지어 '땅'과 카메라 사이에도 배경이 있다. 광활한 3D의 배경에서 '땅'을 찾기란 플레이어들에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Ori and the Will of the Wisps>는 이런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였다. 플레이어인 'Ori'에게서 빛이 나게 하고, '땅'인 부분만 광원이 반사되게 표현한 것이다. 플레이어는 명확하게 눈에 띄는 배경과 그렇지 않은 배경을 구분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자연스레 '땅'으로 인식한다.
기가 막힌 타격감
<Ori and the Will of the Wisps>가 <Ori and the Blind Forest>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부분을 꼽자면 바로 타격감이다. 이전 작품에서는 그저 적의 공격을 피하는 데에만 집중했다면, <Ori and the Will of the Wisps>에서는 플레이어의 공격 타이밍과 회피 타이밍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다. 따라서 좀 더 적극적인 형태의 보스전들이 만들어졌고, 플레이어에게 짜릿함을 선사한다.
횃불로 공격하는 'Ori', 광원이 예술적이다. |
RPG적 요소도 좀 더 늘어났다. 다양한 NPC들이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을 주고, 플레이어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대로 캐릭터의 특성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서사나 아트웍뿐만 아니라 게임 플레이 자체에도 더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게 눈에 보인다. '파란 이끼'를 이용해 벽타기뿐만 아니라 그 어떤 곳도 매달려서 이동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준다든가, 올가미를 이용해서 멀리 이동한다는 식으로 넓은 스펙트럼의 플레이 방향을 제시한다.
오리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투사체 '쳐내기'를 이용하는 이동 방식 |
<Ori and the Blind Forest>의 옥에 티를 제거했다.
<Ori and the Blind Forest>의 옥에 티는 바로 세이브 방식이었다.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의 세이브는 플레이어들에게 많은 곤혹감을 주었다. 이런 플랫포머 어드벤처 게임들은 대부분 자동으로 세이브가 되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의식적으로 세이브를 하지 않는다. 자동으로 세이브가 되지 않는 게임이더라도, 중간중간 시각적으로 세이브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어 플레이어들은 괘념치 않는다. 하지만 <Ori and the Blind Forest>는 플레이어가 직접 세이브포인트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플레이어가 세이브포인트를 설치하지 않고 게임에 몰입해 오랫동안 플레이하다 실수로 죽어버리면, 십수 분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Ori and the Will of the Wisps>는 그러한 시스템을 완전히 제거했다. 늘 다른 플랫포머 게임이 그렇듯이, 개념 세이브를 제공한다. 플레이어가 불필요하게 신경 쓸 요소를 과감하게 없애는 것, <Ori and the Will of the Wisps>가 게임계의 '옥'이 되는 길에 한 발짝 더 딛게 되는 부분이 아니었나.
아쉬움이 드는 보스전
이전 작품인 <Ori and the Blind Forest>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역시 'Ginso Tree'를 탈출하는 장면일 것이다. 상당한 긴박감과 속도감으로 수많은 플레이어를 짜릿함에 매료시킨 장면이다. <Ori and the Will of the Wisps>에서는 이러한 'Escape Sequence'들이 더더욱 많이 등장한다. 각 'Escape Sequence'들이 개성 있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에게 최고의 재미를 선사한다.
다만 그 외의 보스전들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전투에 있어서 투사체가 아닌 이상 피격 판정이 어디까지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또 몸집이 크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보스에게서 스치기만 해도 피격을 받게 한다는 것은 플레이어의 공격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원기'의 공급도 수월해서 딱히 공격을 피할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보스전은 마지막의 '칼날소리'와의 전투뿐이다. 조금 더 보스들의 행동 패턴을 명확히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마지막 보스인 '칼날소리'와의 전투 |
수석이라기엔 조금 아쉽고, 차석이라기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돈과 시간을 투자해볼 만한 게임. 8/10 점.
*필자가 플레이한 시간: 7.7 시간. (보통 난이도, 71% 달성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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